한강 작가의 신작이 90년 뒤에 출간되는 이유는 조금 특별합니다.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한 도서로, 이 프로젝트는 2014년부터 100년간 매년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총 100개의 미공개 작품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의 자리한 숲에 100년동안 심은 나무 총 1천그루를 사용하여 2114년에 출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한강 작가는 소설가 마가렛 앳우드와 데이비드 미첼, 터키 소설가 엘리프 샤팍, 아이슬란드의 스존에 이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에 선정된 다섯 번째 작가입니다.
2019년 5월, 한강 작가는 노르웨이를 찾아 오슬로 외곽의 ‘미래도서관의 숲’에서 원고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첫 문장을 쓰는 순간 100년 뒤 세계를 믿어야 한다. 거기 아직 내가 쓴 것을 읽을 인간들이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인간의 역사는 사라져 버린 환영이 되지 않았고, 지구가 무덤이나 폐허가 되지 않았으리라는 근거가 불충분한 희망을 얻어야 한다.”
2114년 출간 예정인 한강 작가의 책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로, 90년 뒤에나 내용을 알 수 있는 이 작품은 현재로서는 공개된 제목만으로 내용과 형식을 짐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는 작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특별한 메시지를 담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한강 작가는 ‘흰’이라는 작품을 쓴 작가답게 흰 천을 한국에서 준비해와 원고를 봉인하며 "마치 내 원고가 이 숲과 결혼하는 것 같았고, 또는 바라건대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작은 장례식 같았고,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세기의 긴 잠을 위한 자장가 같았다"고 표현했습니다.
100년 뒤, 우리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미래에 출간될 한강 작가의 신작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미래에 신작을 보게 될 세대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입니다. (그렇지만 한강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세대가 가장 축복받은 것 같습니다..하핫.) |